땅의 건축:
서로에 대한 깨달음의 건축


“우리는 세상에서의 관계성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와의 관계성, 인간과의 관계성,
동물과의 관계성, 세상과의 관계성.
모든 것은 관계성이다.
인간사의 많은 문제가 이러한 관계성에 대한
인지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The Path to Tranquility, Dalai Lama, 1998

땅의 건축은 주어진 땅의 조건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건축이다.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주변을 제압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낮추어 땅으로 스며들고 땅의 기운을 살리는 상호의존적 성격의 건축이다.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이 거주하며 서로에 대한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건축이 바로 땅의 건축이다. 이러한 땅의 건축을 만들어가는 데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땅의 형상에 대한 지형적 해석과 배려

먼저 땅의 형상과 지형적 해석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땅과 인간의 ‘몸의 관계’가 중요할 것이다. 몸과 땅의 위치, 형상과의 관계 설정뿐 아니라, 땅의 지표면과 혹은 단면상의 관계 등의 설정은 무엇보다 강렬히 인간의 체험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자연과 더불어 몸과 영혼이 그 땅에 거주하게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곳에 이미 지어져 있던 것들에 대한 고려와 배려 또한 중요할 것이다. 지어진 건물은 구조물 자체가 이미 시간성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해당 지역민에게 의미 있는 역사성을 가진 경우도 있다. 이렇듯 땅과 함께해온 기존 건물이나 흔적이 주어진 땅만큼 의미 있는 경우가 많다.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관찰과 배려

생태 및 환경 관련 문제에서도 땅의 형상과 조건, 이미 그 땅에 가해진 영향이나 그 위에 구축된 건축물 등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효율적 활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 땅을 관통하여 흐르는 바람길, 물길, 생태길의 이해는 말할 것 없이 중요한 생태적 고려 사항이며, 이러한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배치와 단면의 연구가 건물 자체의 시각적 디자인보다 훨씬 중요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땅의 건축은 존재감을 과시하며 서 있는 건축이기보다는 땅에 스며들거나 사뿐히 놓이는 등 사려 깊은 관계성을 통한 경험의 건축, 다시 말해 깨달음의 건축이다. 케네스 프램튼 교수는 그의 저서 〈비판적 지역주의를 향하여〉에서 “비판적 지역주의 건축을 현대건축의 대안으로 제시하며 지형과 날씨와 빛 등에 대한 고려를 강조하고, 원근법적 혹은 시각적 표현보다는 촉각적이며 텍토닉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사회문화적(socio-cultural) 관계

마지막, 사회문화적 이해와 해석 및 배려는 앞서 설명한 땅에 대한 지형적 배려나 생태적 흐름과 어느 정도 구분되는 것이다. 후자가 물리적이라고 한다면, 전자는 인문학적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학적인 것이다. 건축과 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사용자뿐 아니라 그곳과 더불어 살아갈 이웃과 사회 역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아무리 지형과 잘 맞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건물이나 도시라 하더라도 사용자 및 이웃에 대한 사려 깊은 사회문화적 배려가 부족하다면 소외감과 이질감을 느끼게 되며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집과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사회문화적 배려를 위해서는 먼저 해당 사회와 지역 혹은 그 사용의 문화에 관한 충분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그곳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현재와 미래에 대해 분석하고 예측하는 자세 또한 필요할 것이다.

앞서 열거한 땅의 형상적, 생태적, 문화적 고려를 통해 서로에 대한 ‘상호의존적 관계성의 깨달음’의 건축을 ‘땅의 건축’이라 정의하고, 그러한 건축이 혹은 도시적 결과물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를 ‘땅의 도시’라 정의하고 싶다.

큐레이터: 조병수

전시장: 열린송현녹지광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큐레이터 칼럼

하늘 소


조병수


‘땅의 건축’의 생태(대지의 시작과 끝), 지형(형상과 조건), 그리고 조망(주변과의 관계)을 나타내고 자연을 인간과 대립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우리와 함께 순응하고 살아가는 본질적인 것으로 인식하며 도시를 다양한 시선으로 경험케 한다.

‘하늘 소’는 주변과의 관계를 잇는 계단으로 높은 곳에서 주변 산세와 송현동 부지의 관계를 바라보고 한양의 배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안된 구조물이다. 이곳에서는 북한산, 북악산과 경복궁의 배치 관계를 통해 우리 선조가 만든 서울의 초기 배치가 산, 강, 바람, 빛 등의 자연적 요소를 고려한 친환경적 계획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 소 라이브캠 보기

설계: 조병수
코디네이션: 유지연, 박성민, 장현배, 송해란, 미켈레
흙 채취 프로젝트: 윤혜진, 이찬용, 박진원, 요한나

땅 소


조병수


‘땅 소’는 몸을 낮추어 낮은 곳에서 송현동 부지와 그 주변의 땅의 기운을 느끼도록 한 작품이다. 이곳에서는 땅 위에 두 발로 서거나, 굴곡진 둔덕에 앉거나 비스듬히 누워 서울 땅의 기운을 주변 산세와 더불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앙에 만들어진 작은 수(水)공간을 통해 투명하게 반사된 가을의 산세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땅과 더불어 생명을 잉태하고 성장시키는 물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을 깨닫게 한다.

설계: 조병수
코디네이션: 유지연, 박성민, 장현배, 송해란
조경: 전용성

푸른 물


박형진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땅소〉와 닮은 박형진 작가의 〈푸른 물〉은 작가가 도시를 산책하다 마주한 커다란 물웅덩이를 그리고 있다. 웅덩이 주변에 남겨진 타이어 바퀴와 그 위로 자란 잡초를 보며, 사람이 점유한 땅의 틈에서 자연이 스며들고 자라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박형진은 매일 마주하는 주변 풍경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성신여대 동양화과에서 학·석사와 박사를 수료하고 〈지금 이따가 다음에〉 (경기도미술관, 안산, 2022), 〈까마귀와 까치〉 (상업화랑, 을지로, 2022), 〈푸르게 앉아있던 공(空)〉 (온그라운드_지상소, 서울, 2019) 등 총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DMZ전시 : 체크포인트〉 (캠프그리브스, 파주, 2023), 〈Contourless〉 (West bund art center, 상하이, 2022),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 (비엔날레 3관, 목포, 2021)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아르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 지원사업〉,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금천예술공장〉 등에 선정되었다.

주인 있는 땅_송현동 48-1


박형진


과거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던 송현동 부지에 대한 작가의 상상을 담은 작품이다. 조선시대 경복궁 옆 소나무가 우거진 송현(松峴)은 해방 후 미국대사관의 숙소 부지로 사용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방치되었다. 박형진 작가는 갈대와 잡풀이 겪어낸 긴 시간을 그림에 옮겨와, 선을 반복해서 그으며 풀을 쌓았다. 지금은 모두가 주인이 된 송현동 48-1에서 작가의 작품을 통해 땅의 도시가 가져올 미래를 생각해 본다.
박형진은 매일 마주하는 주변 풍경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성신여대 동양화과에서 학·석사와 박사를 수료하고 〈지금 이따가 다음에〉 (경기도미술관, 안산, 2022), 〈까마귀와 까치〉 (상업화랑, 을지로, 2022), 〈푸르게 앉아있던 공(空)〉 (온그라운드_지상소, 서울, 2019) 등 총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DMZ전시 : 체크포인트〉 (캠프그리브스, 파주, 2023), 〈Contourless〉 (West bund art center, 상하이, 2022),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 (비엔날레 3관, 목포, 2021)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아르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 지원사업〉,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금천예술공장〉 등에 선정되었다.

땅의 건축 지형도


네임리스 건축, 도르트 만드루프 A/S, 롱기 아키텍츠, 리즈비 하산, 매스스터디스, 스노헤타, 아르키움, 앙상블 스튜디오, 오픈패브릭, 워로필라, 원오원아키텍스, 헬렌 비넷


인터뷰 프로젝트 〈땅의 건축 지형도〉는 ‘땅의 건축’이 고려해야 하는 세 가지 관계, ‘지형적 관계’, ‘생태적 관계’, ‘사회문화적 관계’를 다각도로 살피고자 12가지 방식으로 세분화하고, 각 유형을 대표하는 프로젝트와 건축가/작가를 초대했다. 참여 건축가/작가들이 전하는 땅의 건축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모아 땅의 건축의 지표를 그린다.

참여작가: 네임리스 건축, 도르트 만드루프 A/S, 롱기 아키텍츠, 리즈비 하산, 매스스터디스, 스노헤타, 아르키움, 앙상블 스튜디오, 오픈패브릭, 워로필라, 원오원아키텍스, 헬렌 비넷

리서치: 안성주, 엘리나
인터뷰 에디터: 안성주
인터뷰 편집 보조: 이수민
영상제작: 카스카
번역: 서울리딩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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