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here, Now here
체험적 노드: 수집된 감각
도시의 외딴섬으로 있던 송현동 부지가 지난가을 도심 속 공원으로 시민과 다시 만났다. 110년 만에 ‘열린송현녹지광장(이하 송현광장)’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이 땅은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 전시장으로서 도시적, 역사적, 지리적으로 함의하는 바가 다층적인 장소이다. 이에 현장프로젝트는 도시적인 맥락에서 시민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공원 내 야외 전시장이 취하는 전시 방식의 특수성, 전시장 부지의 환경적인 날씨 변화에 따른 다각적인 경험을 의도했다. 현장프로젝트는 도심 속 송현광장의 공간적인 가능성을 실험하는 전시이다.
현장프로젝트는 송현광장의 자연현상, 주제전의 하늘소, 땅소와의 물리적 관계성, 부지 안의 여러 전시 사이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전시장 주변과 전체 부지를 엮는 건축적 장치를 제안한다. 비엔날레 기간에 전시될 다양한 유형의 파빌리온(pavilion)은 2년간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송현광장이 한시적인 장소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계기로 시민과의 적극적인 만남을 통해 장소성을 회복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각 파빌리온은 도심에서 북악산, 인왕산 등의 자연경관을 마주할 수 있는 특이점을 바탕으로, 도시와 연결된 열린 야외 공간의 장소성을 재인식하게 하며 동시에 주변의 서울공예박물관, 삼청동, 인사동, 경복궁 일대로의 새로운 동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송현광장의 공원 기능과 더불어 도심의 열린 공간에서 다각적인 경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주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파빌리온 매체의 다양성이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사회와 경제, 문화를 반영하는 파빌리온은 혁신과 저항, 교류와 이벤트, 문화 행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발전했다. 파빌리온은 시대를 거듭하며 구조, 재료, 구축 방법 등, 여러 유형으로 발전되어왔는데 그중 세 가지에 주목한다. 첫째 구축성, 둘째 공간성, 마지막으로 비물질성이다.
첫 번째, 구축성은 도시를 구축하는 물리적인 구조물과 그 구조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유동적인 관계의 구축이다. 두 번째, 공간성은 파빌리온의 재료적 특성으로 인한 비일상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공간성을 도시에 개입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시적 감각의 경험인데, 이를 비물질성이라고 의도한 것은 벽, 기둥, 바닥 등의 건축적 요소가 아닌 시각, 청각 등의 감각기관을 활용한 인지적 공간의 경험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공공장소에서 시민이 체험한, ‘수집된 감각’의 응집체이며 기억이 없는 땅 송현동의 집단 기억이 될 것이다.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송현동 부지에서 진행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현장프로젝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지난 25여 년간 실험적인 구조물로서 건축과 미술계에서의 파빌리온의 역할을 돌아보고, 무엇보다 송현동에 첫발을 내딛는 건축물로서의 파빌리온의 역할과 도시적 맥락에서의 순기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또 도시의 스케일에서부터 작은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까지 다양한 층위의 건축적 장치를 시민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송현동의 수많은 역사의 켜 속에 건축적 실험을 통한 땅과의 첫 만남이 시민들에게 장소성을 남길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큐레이터: 김사라
장소: 열린송현녹지광장
보조큐레이터: 박영제, 조용진
구조 검토: 윤광재, 가람 엔지니어링
번역: 김나연, 박지윤, 콜린 모앳
리월드
김치앤칩스
상상 속 미래의 서울은 파빌리온을 통해 렌더링 이미지로 변환되며,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이러한 이미지 교환의 장이 된다. 렌더링 이미지는 시민들의 열망을 형성하며 도시의 과거와 미래의 관계를 결정짓는다. 〈리월드 파빌리온〉은 이미지를 다루는 대안적 기법으로써, 물리적 도시를 우리의 상상에 맞추어 가공할 수 있는 유연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기술융합지원사업, 경기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콘텐츠제작지원, 루미텍
김치앤칩스/ 손미미, 엘리엇 우즈
팀원: 김보은, 강동휘, 이상봉, 닐레쉬 쿠마
시공 설치: (주)씨투아테크놀러지, 루미텍, 인더스트리 브릿지
작품 조립: 조은상, 문유빈, 신종민, 황인규, 션 메이론,
구조 검토: Allesblinkt, Whatever Together, The Garden In The Machine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도움 주신 분들: 샤샤 폴레, 송호준, 로베르토 엘난데즈
나무와 흔적들: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
복잡하게 얽힌 송현동의 역사에 영감을 받은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의 〈나무와 흔적들: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은 아직 땅속에 묻혀 있을 과거의 흔적을 발굴해 낸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두 작가는 2023년 4월 송현동을 방문했을 당시 현장에서 서로 다른 시대에 제작된 유물을 발견했다.)
시민들은 비엔날레 기간동안 파빌리온 내에서 진행되는 유물 발굴 과정에 참여하게 되고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더하며 프로젝트를 한층 확장시킨다. 관객이 발굴해 낸 흔적들은 공간의 내벽에 부착되어 송현동의 역사를 들려주며 그 자체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집합 조형물이 된다.
파빌리온에서 재생되는 몰입형 사운드스케이프 역시 송현동의 역사를 재현한다. 이는 궁궐을 향해 흐르는 기를 정화한다고 여겨졌던 송현동의 옛 소나무 숲을 음향으로 그려낸 것이다.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는 〈나무와 흔적들: 보이(지 않)는 파빌리온〉에 시각적인 인식과 촉각적인 체험을 병치함으로써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즉각적이며 공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후원: 아리 라이팅 솔루션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 마르코 카네바치, 양예나
팀원: 세바스티안 포데스타, 루카스 세레 펠체, 에릭 몬테포트, 필라 펠리넨
사운드: 마르코 바로티, (보조) 미샤 맥라렌
조경 및 땅 작업: 전용성
도움 주신 분들: 안나 안드레그
페어 파빌리온
페소 본 에릭사우센
‘페어 파빌리온’은 ‘땅의 건축’이라는 주제에 대한 페소 본 에릭사우센의 독창적인 해석이다. 그간 건축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해온 작가의 철학이 온전히 담겨있으며, 본 작품을 통해 비엔날레 주제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 제시를 넘어, 방문객들에게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형이상학적 고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페소 본 에릭사우센은 심플한 도형과 구조체의 활용을 통해 물리적·이념적으로 자연과 닿아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페어 파빌리온’ 또한 삼각형, 사각형, 원으로만 구성된 공간에서, 자연스레 흘러 들어오는 빛, 바람, 빗물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즉, ‘땅’이라는 자연물이 가진 포용적 특성을 ‘건축’으로 담아낸 것이다. 나아가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대편에 놓인 ‘의자’를 마주함으로써 사고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 때 반대편에 놓인 ‘의자’는 실제 마주앉은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고, 과거의 자신, 송현동의 과거·미래,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이 될 수도 있다. 20세기 철학자 레비나스가 강조하듯 무한한 타자(他者)의 시선을 마주하고, 다른 이를 배려하기 위한 윤리성을 제고하는 것이, 복잡한 사회 속에 사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삶의 태도 아닐까?
본 작품은 비엔날레 종료 이후 양평에 조성 중인 메덩골 정원으로 옮겨져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를 주제로 한 ‘Pezo’의 다른 작품 맞은편에 다시 설치될 예정이다. 서로 다른 철학을 지닌 니체와 레비나스를 주제로 한 두 작품의 만남도 기대해보자.
후원: 메덩골정원
페소 본 에릭사우센/ 마우리시오 페소, 소피아 본 에릭사우센
협력: 비트라이스 페드로티, 루카스 바즈다
로컬 아키텍츠: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
구조 검토: 윤광재, 가람 엔지니어링
아웃도어 룸
프랭크 바코 + 살라자르 세케로 메디나
〈아웃도어 룸〉은 다이아거날 써츠(Diagonal Thoughts)가 설계한 구조물에서 용도가 변경된 자재를 재활용하였다. 이 자재들은 비엔날레 종료 후 또 다른 용도로 재활용될 것이며 새로운 생애 주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아웃도어 룸’을 이루는 모든 요소는 구조물 그 자체를 초월한다. 네모난 방 안에는 토착식물이 자라는 텃밭과 바람이 불 때마다 무겁게 진동하는 굴뚝이 설치되어 있다. 관객은 ‘아웃도어 룸’을 누군가의 방처럼 친숙하지만 동시에 추상적이고 낯설게 느낄 것이다. 관객에게 ‘아웃도어 룸’은 도착지이자, 잠시 머물러 하늘, 산, 마천루를 감상할 수 있는 ‘머무름의 공간’이 될 것이다.
후원: 스페인국가문화활동협회 / PICE (스페인 문화 국제화 프로그램) 유동성 지원금, 주한 스페인 대사관
바코 라이빙거의 공동 창립자이자 파트너인 프랭크 바코는 몬태나 주립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수학하였으며 현재 교육자이자 연구자,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실용적인 관점으로 프로젝트를 설계하며 첨단 지식과 과학 기술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시도한다. 프랭크 바코는 코넬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2016년부터 프린스턴 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살라자르 세케로 메디나
살라자르 세케로 메디나는 2020년 로라 살라자르, 파블로 세케로, 후안 메디나가 공동 설립한 협업 건축사무소로 현재 스페인, 페루, 미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살라자르 세케로 메디나 사무소의 특징은 실무, 연구, 교육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이다. 세 사람은 몬태나 주립대학교, 시라큐스 대학교, 툴레인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최근 넥스트 제너레이션 유럽 40세 미만 신진 건축가 40인에 선정되었다.
프랭크 바코 + 살라자르 세케로 메디나/ 프랭크 바코, 로라 살라자르, 파블로 세케로, 후안 메디나
연계행사 시인: 서지민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
리카르도 블루머 - 멘드리시오 건축 아카데미아
이 작품은 루가노 대학교 멘드리시오 건축 아카데미아의 학생들이 2022년 가을 학기 동안 리카르도 블루머 교수와 스토커 리 스튜디오의 공동 설립자인 이동준 건축가의 지도 아래 설계 및 제작했다.
23개의 목재 유닛을 선형 대열로 배치해 이리저리 넘나들 수 있는 긴 터널을 형성한다. 각 유닛은 학생 한 명이 설계하고 제작한 개별 공간이지만 23개가 하나의 대열을 이룰 땐 더 큰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리카르도 블루머는 유닛 크기에 제한은 두되 학생들이 다양한 형태와 색상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관객은 터널 속을 거닐며 하늘을 올려다봄으로써 23개 유닛의 다채로운 형태와 공간, 내부로 스며드는 빛과 배경음악 사이의 연결성을 느낄 수 있다. 각 유닛에는 음향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닛의 형태적 특성과 맞물려 벽의 진동으로 소리를 증폭시킨다.
루가노 음악원 소속 작곡가이자 교사, 나디르 바세나(Nadir Vassena)가 이 작품의 사운드 트랙을 작곡했다.
후원: 주한 스위스 대사관, 스위스 한국 기금, 스위스 넥스, 단천
리카르도 블루머 - 멘드리시오 건축 아카데미아
사운드 아티스트 / 나디르 바세나
수퍼바이저 / 이동준
조교 / 마테오 보르기, 프란체스코 텐칼라, 리사 비안키, 엣토레 콘트로
참여 학생 / 쉬핑, 루이스, 마르코, 욜란다, 가브리엘레, 아포, 루치아, 에곤, 마테오, 에도아르도, 실비아, 비안카, 루이지, 엘레나, 주셉베, 막심, 안드레아, 마리아, 솔러, 야닉, 미켈레, 젠티엔, 에마누엘레
서울 드로잉 테이블
프란시스코 레이바
〈서울 드로잉 테이블〉은 예술적인 놀이로써의 체험을 넘어 그룹드로잉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도시의 미래에 관한 담론을 나눌 기회를 제공한다. 프란시스코 레이바는 본 작품을 통해 창작의 과정이 그 창작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시작되듯이 도시 계획은 계획의 대상이 되는 장소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직관적인 창작 과정을 기능적인 결과물과 연관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비엔날레 종료 후 작품에 사용되었던 목재 구조물은 제로 웨이스트라는 행사 목표에 맞추어 시민을 위한 가구로 활용될 예정이다.
세션 1. 2023. 9. 3. 오후 1시
세션 2. 2023. 9. 9. 오후 4시
프로젝트 팀: 그루포 아라네아(로시오, 안드레)
협업 종이 작가: JAERYO 오상원 작가
파빌리온 ‘짓다’
조정구
지붕을 땅으로 덮어 원형의 감각을 살리려 했으나 다중이 이용하는 파빌리온의 관리와 안전, 공간의 이미지 등 고려하여 땅을 생략하고, 보통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산자’를 지붕과 벽체 전체를 덮도록 하였다. 산자를 투사하여 들어온 빛과 그림자가 가득한 공간에서 관람객은 자유롭게 다니고 머물면서 공간을 유희하고, 사색할 수 있는 파빌리온을 지어 보았다.
공간을 구축하는 목재는 제재소에 쌓여있던 오래된 구재를 사용하였으며, 싸이트에서 파낸 흙으로 파빌리온 주변으로 낮은 둔덕을 만들었다. 기둥은 땅을 다진 후 초석 없이 세웠으며, 간단한 구법으로 기둥, 도리, 보를 얹고 지붕과 외벽에 서까래를 덮었다. 서까래에 산자를 두른 후에 수세미, 조롱박, 오이, 강낭콩, 나팔꽃 등 넝쿨이 자라 외벽을 덮게 하였다.
초입의 대나무 숲을 지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파빌리온 〈짓다〉로 들어가면 숲과도 같이 고요한 공간에 둥그렇게 열린 하늘 아래로 구들을 깔아놓은 동그란 마당이 보인다. 낮에는 둥그런 지붕 그림자가 해시계처럼 움직이고, 밤이면 어둠 속에 불을 밝히는 연등처럼 교교한 가운데 동그란 하늘 속에 달이 떠오른다.
협찬: 한옥협동조합, (주)뉴라이트전자, 한옥 재활용은행(북촌 HRC)
팀: 조정구 + 정태도 + 한규희
설계: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조정구, 요네다사치코, 차종호, 김동희, 조남우, 김재준, 김윤상, 조순우)
대목: 태도건축
조경: 어번닉스 주식회사
시공: 건축사사무소 오구사
촬영: 테크캡슐